팬데믹이 한바탕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간 후, 사람들은 모두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. 바이러스가 인간의 뇌에 침투해, 언어 표현 중추를 마비시켰기 때문… 침묵에 빠진 세상을 구하기 위해 항체를 개발하지만, 그 항체에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. 항체 이용료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! 레벨 1·2·3의 비싼 항체를 쓰는 부자들은 한국어뿐만 아니라 외국어·고대어·신조어까지 구사할 수 있는데, 레벨 8·9·10의 싼 항체를 쓰는 가난한 사람들은 생활에 필요한 몇 가지 필수 단어만 겨우 말할 수 있다. 흙수저 인생 코스를 따박따박 밟아온 하늘(레벨7)은 마음속에 묻어뒀던 짝사랑 상대, 연희(레벨1)로부터 십년 만에 연락을 받는다. 한국에 귀국했다고, 잠깐 볼 수 있겠냐고… 어떤 오기가 발동했음일까? 하늘은 결심했다, 맘껏 말할 수 있는 십년 전에도 수줍어서 하지 못했던 고백을 돈이 없으면 말을 할 수 없는 세상에서 해내기로. 10년 동안 부은 적금을 털어, 단 며칠이라도 ‘사랑해’를 말할 수 있는 3등급 신분이 되는데…